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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바깥세상 이야기/5-1. 세미나 및 전시회 참가

전파지(격월간) 기고문

금년초 전파진흥협회(RAPA)의 요청으로 작성된 격월간 "전파진흥"지(7,8월호, 9월말에 배포됨)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엔지니어가 쓴 글이라 서툴고 문맥이 맞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만, 그간 격려해 주신 동료, 선후배님들과 저희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품을 애용해 주신 국내외 고객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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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18년 경험과 향후계획

김태하 (스펙트럼통신기술 대표)

▢ 최근의 기업환경

5월초 편집부로부터 원고작성을 의뢰받았습니다. 원고의 주요내용으로 창조경제와 전파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며, 중소기업을 운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전파산업의 동향이나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작성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창조경제와 전파산업에 관련된 지식이나 식견을 갖고 있지 않을 뿐더러 소규모의 제조업을 운용한 경험밖에 없어 편집부의 원고 목적에 적합한 내용으로의 작성은 어려울 듯합니다. 다만 작은 기업을 이끌면서 느꼈던 제조기업의 현실을 정리해 보는 것도 독자들에게 전파분야 제조업체의 활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지상파 TV안테나를 생산하고 있는 스펙트럼통신기술의 기업 활동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스펙트럼통신기술은 1997년에 설립되었으며, 지상파 방송용 안테나를 주력으로 하여 지상파 수신에 필요한 RF LNA 증폭기와 커플러 등의 부가제품도 생산하고 있는 작은 규모의 제조업체입니다. 연간 생산제품의 80% 정도는 국내에 공급하고, 일부는 북미 등 해외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디지털TV 전환완료에 따라 국내 매출은 갈수록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어 최근에는 해외 수입국의 주거 및 방송수신 환경과 현대적인 디자인 기법을 채택한 수출용 제품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창업하던 90년대 중반의 전파산업은 고도성장이 예견된 첨단산업분야로 평가되고 있었으며, 국내외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불과 20여년 만에 우리나라의 인터넷, 휴대폰 단말기와 디지털TV 등 관련 IT산업은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특히 다수의 전자통신 제조업체는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으며, 이들과 관련된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제조업체들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내의 IT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 등 관련 업체들의 급속한 성장으로 갈수록 기술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언제 추월당할지 모르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따라서 전파관련 산업을 미래의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 산업계와 학계의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 및 지속적인 정책 뒷받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전파산업은 크게 통신(이동), 국방, 방송 및 민수분야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불과 수년전 혜성같이 나타난 스마트폰 단말기 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은 상당기간 성장과 활성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민수용 전파부문 사업을 영위하는 제조업체의 경우, 다수의 업체들이 매출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바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 전국 기간통신망은 광통신망으로 구축되어 무선전송망(마이크로웨이브)의 사용이 거의 중단되었으며, 이동통신망의 경우에도 광통신에 의한 중계망과 무선기지국이 대다수 완비되어 중계기 수요도 크게 줄어든 것이 그 이유일 것입니다. 더불어 인터넷과 이동통신의 획기적인 발전과 더불어 스마트폰에 각종 첨단기능과 서비스들이 통합흡수된 것도 민수용 전파부문의 제품 생산량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물론 지상파 방송안테나를 생산하는 저희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상파 TV방송이나 FM방송을 안테나로 직접 수신하는 가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전자기술의 발전에 따라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산업변화에 지속적으로 대응해야만 합니다. 또한 향후 도래할 위험성을 예측하고 기업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국내외의 기술변화 환경을 파악하며 매년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긴 합니다만, 최근의 경제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이러한 IT 분야의 급격한 변화의 파고를 넘으려면 탄탄한 기술 경쟁력을 갖춘 제품과 적정 매출과 이익이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늘 부족한 것이 다수의 중소기업들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최근의 경제상황은, 전적으로 전파산업 또는 방송통신 분야의 산업만이 가진 특수성이나 지역적 환경에 의해 발생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최근의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든 해외든 경쟁력 있는 독창적인 기술과 창조적 인적자원을 가진 많은 도전적인 기업들은 탄탄한 경영실적과 성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 전파제조업의 현실

매년 정부는 중소기업 연구개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저희 회사에서는 실제적으로 체감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회사에서 참여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만, 자체적으로 상용판매가 가능한 제품을 무리하지 않고 개발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상당한 규모의 기업에서 10년 동안 700억원의 연구개발 지원금을 받았다는 뉴스가 나왔고 나중에 이는 잘못된 보도라며 실제로 지원받은 금액이 50억이라는 자료를 읽은바 있는데, 저희 같은 업체에게는 50억이든 5억이든 너무 큰 금액이었기에 국민세금으로 지원되는 정부지원금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어찌되었든 소규모 제조기업의 경영활동에 있어 제품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면 생산제품의 매출과 이익이 일정부분 충족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므로, 매년 빠짐없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희 회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기업자체 자금으로 제품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어렵게 제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전파분야 연구개발에는 추가로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습니다. 다름 아닌 전파에 관련된 기술기준들입니다.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기업은 이들 법에 관련된 상당한 정보와 지식을 보유하고 있겠지만, 일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복잡한 전파관련 기술규정의 이해부족으로 개발제품의 상용화에 실패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기본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 제품과 표준화된 기술기준들 상호간 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다수의 기술기준은 상용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준으로 규정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을 기존 기술기준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한 경우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술기준이나 표준화는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신제품 개발을 할 때는 오히려 단점이 될 여지가 많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저희 같은 기업에서는 이러한 분야에 까지 검토되어야 하는 전파분야 연구개발 투자의 위험성을 감안하여, 가능한 한 기술기준이나 표준으로 정하지 않는 분야를 주력 연구개발 아이템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타 중소 제조업체들도 유사하게 겪는 문제겠지만, 바로 연구 및 기술인력 채용과 원활한 연구개발 자금 확보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신입 지원자들의 중소기업 입사선호도는 낮습니다. 급여와 근무환경 및 기업복지 등이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더불어 대기업과 중소제조 업체의 연구 및 기술 인력의 급여차이는 갈수록 커져서, 인력채용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도 최근의 현실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방법은 쉽지 않아, 인력확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원자가 원하는 급여로 채용하거나 아니면 연구개발 자체를 포기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더불어 연구개발 자금문제의 경우에도, 제공할 담보도 마땅치 않을뿐더러 담보가 있다고 해도 은행권에서 쉽게 자금지원을 받을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대출받은 자금으로 성공적인 제품개발과 개발된 제품이 시장에서 확실한 매출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회사의 자체보유 자금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성장에 불리한 경영요소이거나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안정적인 기업운영을 최우선에 두고 연구개발비용을 집행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적은 연구비이지만 매년 신제품의 상용화 연구개발이 지속되고 있으며, 부설연구소는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인력을 활용하고 필요할 때는 언제든 인적자원 네트워크를 이용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특정한 기술부분은 다른 기업체에 의뢰하여 개발된 부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신속하고 효과적인 제품개발의 장점은 있되 상용화 이후 원가절감 문제와 수출경쟁력, 제품의 개량과 개선 등에 있어 기업 상호간 기술 및 가격조정의 어려운 단점이 있어 최근에는 자체 개발된 부품 사용을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시장에서의 TV안테나 수요가 정점에 도달한 이후, 금년부터 생산량이 저하되고 있습니다. 물론 수년전부터 이를 예상하여 해외시장의 마케팅에 많은 노력을 추진해 왔고, 금년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청 등 정부 유관기관에서 시행하는 수출지원 프로그램에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동남아 및 동유럽지역의 제품들에 비교해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지난해부터 원가절감을 위한 부품 연구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입국들의 자국 제조기업의 보호를 위한 관련규정에 따라, 반제품 수출에 의해 현지(수입국)에서 완제품으로 조립하는 방법, 수입국의 주문자 상표를 부착한 제품의 공급 등 바이어들의 요구사항도 적극 수용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만, 해외시장을 열기 위해 국내와 해외 전시회에도 꾸준하게 참가하고 있기에 수년 내 수출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향후 계획과 전망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창조경제”를 국정목표로 잡고 이를 새로운 산업발전으로 이행하기 위한 국가산업의 큰 물줄기를 바꾸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를 실현시킬 정부조직으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는 등, 새로운 화두인 창조경제가 이젠 거스를 수 없는 산업의 큰 동맥으로 흐르게 될 것입니다. 창조경제의 선발국가인 영국은 노후된 굴뚝산업으로 더 이상 나라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제조업을 새롭게 개편하기 위해 창조경제정책(The Creative Economy Policy) 또는 창조산업정책(The Creative Industry Policy) 등으로 정의된 정부정책들이 기획되었으며, "개인의 창의성을 이용해 지적재산권을 설정하고 활용해 부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정의한 1997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창조산업정책은 지금까지 영국의 창조산업을 이끌고 있으며, 세계 1위의 디자인 수출 국가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합니다.

정부의 창조경제 국정목표에 대한 전파부문 중소기업들의 기대도 높습니다. 정부에서 연구개발이나 기업운용 자금지원 등의 직접적인 기업지원도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중소 전파관련 제조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연구개발과 생산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기초토양을 탄탄하게 마련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이 연구개발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전파관련 응용제품이 원활하게 상용화되도록, 관련 기술규정이나 표준들은 미래지향적이며 창조적인 규제 내용으로 변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지상파TV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만큼, 디지털TV 방송의 깨끗한 화질은 물론 방송주파수 채널의 효과적 이용목적 달성을 위한 다채널(MMS) 디지털TV 방송도 하루 속히 시행되었으면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다채널 TV방송이 시작되면 방송수신 장비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어 중소 전파방송 제조사들의 생산 활동이 증대될 수 있으며, 시청자들에게는 다양한 공중파 디지털TV 채널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등 산업계와 시청자가 디지털방송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날 것입니다.

더불어 자체공장이나 연구소를 갖고 있지 않는 전파관련 업체들이 합심하여 제조와 연구 활동을 공유할 수 있는 전파관련 중소기업 전용의 산업단지가 확보되기를 희망합니다. 한 예로 파주출판단지를 비롯하여 정밀기계산업과 자동차부품, 신소재 등 갈수록 전문화되고 특화된 산업과 연구단지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관련 제조업체들 간의 정보교류는 물론 해외바이어 초청행사와 전문화된 전시회를 산업단지에서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어 제조업체들의 생산량 증가는 물론 인력수급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되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다수 제조업체들의 공동의 희망사항은 자체 공장과 창고를 보유하는 것입니다. 이는 저희도 마찬가지인데, 도심지역의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하고 있는 덕에 인력확보와 물류, 영업 등이 편리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조업체의 본연의 임무인 제품의 생산이나 연구개발 등에 필요한 건물확보에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따라서 전파관련 중소기업들이 제조와 연구활동은 물론, 전파관련 산업과 문화를 이끌어갈 터전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펙트럼통신기술에서는 공장과 연구소 부지를 확보하여, 건물 신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경제동향과 현 공장의 운용현황, 확보된 부지의 지역특성과 연구개발 및 생산인력 확보 등을 고려하여 시설규모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현 운용 공장과 창고는 임대건물을 사용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생산시설 증설과 제조환경 개선이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자체공장과 연구시설 및 물류창고를 건축하여 여유 있는 생산설비를 갖추고 전파실험 시설을 확충하여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창의적인 제품개발에 나설 계획입니다.

끝으로 저희 스펙트럼통신기술은 오랫동안 전파분야에 종사하는 전파방송 선후배님들의 많은 성원을 받은바 있습니다. 회사설립 기간에 비해 규모 있는 회사로 성장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많습니다만, 갈수록 전파분야의 전문기술 인력과 중소기업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방송분야 가정용 안테나를 생산⋅공급하는 기업이 아직 존재하고 있음을 독자님들에게 알리게 된 것만으로도 저희 회사로서는 다행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2013.10.20  (주)스펙트럼통신기술

+++++++++++무파사++++++++++++++